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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까지 코딩하며 사는 법

glqdlt 2025. 9. 1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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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코딩하며 사는 법 | 사람과 프로그래머 10 | 홍전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개발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앞으로는 개발자 연령 상한이 높아지고 재택 업무의 비중 또한 코로나19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점점 평생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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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업이 개발자다. 코딩으로 밥을 벌어먹고 산다. 그러니 이 책 제목은 내 업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어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이 책은 개발자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다. 대부분의 개발자 에세이는 ‘개발자를 갈아넣는다고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는 식의 한탄과 푸념이 주를 이루는데, 이 책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개발 업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개발자 개인의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리보기로 간략히 읽어보니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이 떠올랐다. 자기비판적 시선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글이다. 저자가 유명인도 아니고 특별히 화제성이 있는 인물도 아니라서 망설였지만 아래 구매 후기를 보고 결국 책을 집어 들었다.

 

"왜 이 저자는 책이 한 권밖에 없는 거냐. 코딩 좀 덜 하고 책을 더 써주시라."
얼마나 책이 마음에 들었으면 저런 말을 했을까.

 

 

저자의 이름은 홍전일 이다. 이름이 나와 너무 비슷해서 놀랬다. 기분탓이겠지만 나와 이름이 유사한 사람들은 모두 브레인 이던데, 홍전일 작가님도 브레인 인 모양이다. 저자는 엄청난 독서가로 보인다. 책 속에 인용한 책들이 굉장히 많다. 특정 분야 안 가리고 다독가인듯. 기본적으로는 저자의 업인 개발 관련 전공 서적도 많이 읽은 것 같고, 화두가된 스테디슬러도 죄 다 읽으신 모양이다. 이런 독서성향도 나와 비슷했는데.. 놀랍기엔 아직 이르다.

저자는 오랫동안 SI 업계에서 활동해왔고, 최근에는 판교에 있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깐 나처럼 SI에 있다가 탈출한 개발자다, 그래서 놀랍다. 이름부터 해서 독서 성향.. 직업 까지.

와디즈는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은 회사 리스트에 있였던 회사다. 그러니 와디즈에서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자가 얼마나 노력해서 판교로 진입했는 지 이해할 수 있다.

책의 큰 주제는 제목 그대로 '죽을 때까지 코딩하자'이다. 저자는 개발자를 불에 비유하여 스스로 불타는  '모닥불' 개발자와 타인에 의해 소비되고 사라지는 '장작' 개발자로 구분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모닥불' 개발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게 책의 핵심 내용.

책의 시작은 '장작' 개발자가 왜 존재하는지, 이런 류의 개발자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된다. 특히 한국 SI 환경의 구조적 문제들을 지적하며 여러 경험담을 소개하는데, 내용이 꽤 암담하다. 나도 SI 프로젝트 출신이라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엇는데, 저자가 묘사하는 현실은 나완 차원이 달랐다. 예를 들어, 외부 인력을 창고 같은 공간에 몰아넣어 일하게 해서, 창고 밖으로 나가려면 옆자리 동료의 의자 사이를 비집고 나가야 했다는 이야기는 씁쓸했다. 나는 고객사로 출장가 회의실 구석에서 일해본 적은 있엇다만, 저자처럼 창고에서 코딩을 해본 적은 없다.

'장작' 개발자는 하루살이 인생에 가깝다. SI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월화수목금금금 같은 살인적인 근무 환경에 내몰리고, 그 속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뒤 남는 것은 불에 그슬려 버린 장작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소비되고 버려지는 악순환이다. 마치 피가 다 빨려 버린 송장처럼, 일회성으로 소모되고 버려지는 것이 곧 '장작' 개발자의 운명인 셈이다.

저자는 '장작' 개발자가 되는 이유로 두 가지를 짚는다. 첫째는 지금껏 이야기한 열악한 업계 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열정이 타오르지 않는다는 특성이다. 그냥저냥 이런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게 좋다는 DNA를 가진게 '장작' 개발자다. 모든 걸 환경을 탓하거나 아니면 수동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그냥 좋은 그런 사람들 말이다.

사실 환경을 탓하는건 문제가 아니다. 탓할 건 탓하는 게 맞다. 하지만 탓하기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 환경은 바꾸기 어렵기에 결국 바꿀 수 있는 자신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저자처럼 SI 업계를 탈출한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안타깝지만 스스로 바꾸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책의 직접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읽었던 김승호 회장의 '돈의 속성' 에서도 유사한 맥락의 이야기가 있다. 가난의 악순환이 가족으로부터 비롯된다면, 가족마저 끊어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변화가 없는 곳에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장작' 개발자도 환경에 적응은 하되 순응해서는 안 된다. 그 속에서 스스로를 바꾸고 결국은 탈출해야만 한다.

저자의 주장은 단순히 경험담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저자는 다독가이고, 필요할 때마다 다양한 책을 인용하며 이야기의 근거를 보강한다. 개발자 필독서들은 기본적으로 깔고가고, '블랙 스완',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같은 시사,경제 서적도 간간이 나온다. 조영호님의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같은 국내 저서, '디스커버리 GO 언어' 같은 실무 중심 서적도 폭넓게 인용한다. 특히 '피플웨어', '클린 코드' 같은 책들은 내가 좋아했던 도서들이라 반가웠다.

책이 중반에 다다를 무렵에는  '모닥불'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와 함께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의 변화 방향이 제시된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개발자 수요 증가에 대한 예측이다. 책이 쓰여진 시점은 코로나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내가 읽을 당시(백신이 보급된 시기)에는 저자의 예측이 상당 부분 현실화된 상태였다. 내 생각과도 일치해 반가웠다.

둘째,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예시로 자율주행차를 들며,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수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뒤집어 보잔다. 일반적으로는 기계 오류로 인해 더 위험해질까 두려워하는데, 실제 통계를 보면 인간이 운전하는 사고율이 훨씬 높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과속, 졸음운전, 고령층의 질환 등 인간의 한계로 인한 사고가 대부분이었고,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소수였다. 이런 관점은 신선했다.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프로그래밍 방법론이나 테크니컬한 부분도 다루는데, 일반적인 IT 서적들과 달리 뇌과학, 인지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프로그래밍과 연결해 설명이 된다. 하나를 소개해보자면 다중 if문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를 단순히 '가독성' 때문이라고만 하지 않고, 'L모드'과 'R모드'의 차이를 설명하며 뇌과학적 근거로 풀어낸다. L모드는 본능에 가깝고, R모드는 생각에 가까운 뇌의 모드이다. 1차원적으로 눈에 보이는 데로 반응하는 것이 L모드인데, 갑자기 뭐가 튀어나오면 놀래는 것이 L모드 때문이다. R모드는 우리가 어떠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탐구할 때 동작하는 모드다. L모드를 본성, R모드를 이성이라 생각해도 무리 없어 보인다.

다중if문은 L모드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저자는 보는 모양이다. 실제로 매우 단순하고 생각의 깊이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 다중 if문이니다 보니 나도 공감한다. 만약 R모드로 사고해서 다중if문으로 인한 유지보수의 복잡성을 떠올렸다면 다중if문과 같은 코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은, '죽을 때까지 코딩하자' 라는 제목을 단순히 주제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가 죽을 때까지 코딩을 하기 위해 걸어온 길, 그 과정에서 쌓아온 생각과 경험을 담아낸 기록처럼 읽혔다. 죽을 때 까지 코딩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저자가 실천해서 이루어내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진다. 그의 엄청난 독서량, 그리고 그 독서를 융합적 지식으로 풀어내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결국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다. 환경 탓만 하며 소모되는 '장작' 개발자가 아니라, 스스로 타올라 오래 빛을 내는 '모닥불'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한국에서 개발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며, 나아가 죽을 때까지 즐겁게 코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리고 저자는 현재진행형으로 실천 중이라는 메세지가 담겼다.

 

2025.09

이 북리뷰를 2022년도에 썼엇다. 챗GPT 가 세상에 공개되기 직전이라 그런지 매우 희망차다. 책 속에서도 저자는 개발자가 더욱 필요한 세상이 올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개발자를 도와줄 슈퍼 보조 도구인 LLM 도구들로 인해 업계 TO 는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저자가 말한 메세지와 챗GPT와는 상관이 없을테다. AI는 단순히 도구로서, 개발자의 손발의 수고스러움.. 그러니깐 코딩 몇 자 치는 게 귀찮아하는 그들을 위한 도구일뿐이지, 가장 중요한 사고한다는 행위는 여전히 개발자가 해야하니 말이다. 다만 이 3년 사이에 바뀐 것이 있다면 '장작' 개발자는 이제 볼수가 없다는 것인데, AI 도구에게 조차 밀려나 업계에서 사라졌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이제 '모닥불' 개발자 vs LLM 도구의 대결 구도라 볼수 있지않을까? 아무쪼록 책 제목처럼 죽을 때 까지 평생 코딩할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