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59988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 장승수
막노동꾼 청년의 서울대학교 수석 합격기. 고교시절은 싸움꾼으로, 졸업 후에는 오락실 홀맨, 신문배달, 물수건 배달 등을 하며 살았던 저자가 서울대에 수석으로 합격하기까지 이야기를 담았
www.aladin.co.kr
세이노가 추천한 도서 목록에 있길래 가볍게 구매해서 읽어봤다. 출간 당시에 워낙 많이 풀렸던 책인지, 지금은 중고가가 500원도 안 하더길래 부담 없이 샀다.
책의 목차는 크게 3개로 나뉘어 볼 수 있다. 실제로 목차가 그렇게 구분된 것은 아니지만 첫번째는 저자가 서울대에 합격한 과정을 다룬 내용이고, 이어지는 부분은 유년 시절을 다루며, 막바지에는 자신의 공부 비법을 공개하는 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내용은 다소 지루했다. 서울대 합격 과정에서 시험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 지 비법에 대한 이야기가 짤막이 나오는데, 곧 40을 바라보는 나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다만 저자도 이런 점을 의식했던 것인지 짧게 지나가는 정도이고, 자세한 내용은 책의 맨 마지막에 자세히 서술했다. 첫번째 내용을 요약하자면 잠시 탈선했던 학생이 4수를 거쳐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정도의 그저그런 이야기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어서 나오는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평가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저자의 불우한 가정사가 상세히 드러나니까 단순한 입시 성공담이 아니라 인간 승리에 가까운 기적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저자의 아버지는 가정폭력을 일삼고 빚과 술에 빠졌었다. 아버지의 본성이 본래 나빳던 것은 아니고, 아버지가 고생해서 번 돈을 할아버지가 노름으로 다 까먹은 이후로 변한 것이란다. 그런 저자의 아버지는 빚만 남긴 채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손에 물 한 번 묻혀본 적 없는 어머니는 졸지에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변변한 능력이 없던 그녀는 여러 일을 전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가족은 업이 바뀔 때마다 수차례 이사를 다니며 떠돌이처럼 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삐뚫어지지 않고 무난히 성장했고, 동생은 공부를 매우 잘하는 우등생으로 컸다. 그러나 늦게 찾아온 사춘기 탓인지 저자는 고2 무렵 탈선을 시작했다. 싸움꾼, 폭주족, 유흥가 한량 생활 등 온갖 방황을 했지만, 그 방황 조차도 집안이 가난했기에 마음껏 누릴 수 없어 결국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이런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저자는 다시 학업으로 돌아왔는데,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이유는 공부가 가장 쉬웠기 때문이라고.. 노가다 판을 전진하는 것과 앉아서 공부하는 것 어느 게 쉬울까? 당연히 후자일테다. 나 역시 나이를 먹고 보니, 어릴 때 늘 들엇던 공부가 가장 쉬우니 엄살부리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님을 공감하고 있다.
공부라는 즐거움도 잠시, 저자는 동생의 학비를 위해 저자는 다시 일터로 나서야 했다. 또다시 가난한 집안 환경이 저자를 괴롭힌 것이다. 포크레인 보조기사, 물수건 배달, 노름판 바람잡이, 공사장 인부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공부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공부를 이어갔고, 결국 4년 만에 서울대 법학과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 합격 소식마저 공사장 한복판에서 노가다를 하고 있던 중에 전해 들었다니.. 말 다 했다. 아마 세이노가 이 책을 추천한 이유도 바로 이런 인간 승리의 서사 때문이리라.

서울대 합격 이후 저자는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이 중에서 저자의 기억에 아직도 남은게 있다고 한하는데, TV에 출현해 인터뷰 받은 기억이다. 여기서 '공부가 가장 쉬웠다면서, 열심히 해도 서울대에 못 가는 학생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의 답으로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저자 자신의 서울대 합격 비결은 머릿속에 오직 공부 생각 뿐이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들은 이러하지 못했기에 합격하지 못한 것이란다. 즉 절실하지 않은 아이, 흥미가 없는 아이를 책상에 억지로 앉힌다고 해서 성과가 나올 리 없다는 말이다.
세이노도 그렇고 자수성가한 많은 이들의 성공에는 운이 따라준 것이 확실히 있지만, 그 뒤 에는 말하지 못할 인내와 고통이 있었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점이다. 세이노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길 바랬던 것 같다.
저자 장승수 역시 노력과 운, 이 두 가지가 조화가 되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가 4수를 했던 원인은 수능점수는 높을지 언정 방황했던 시절의 내신 성적이 낮아서 계속 낙방 했었다. 그러던 중에 입시제도가 바뀌어서 수능 점수를 바탕으로 내신을 수정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기자마자 바로 서울대에 합격해버렸다. 즉 시험점수 고득점이라는 노력은 언제나 유효했지만, 수능 제도가 바뀐다는 운이 적용 되서야 결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의 근황이 궁금해서 구글링해보앗더니 자료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오늘날 저자 장승수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하고, 저자가 학비를 벌어 고려대에 입학한 동생은 정부 관료 '기획재정부 서기관' 으로 일을 했던 모양이다. 둘 다 대단한 형제다.
형제도 대단하지만, 그들을 키워낸 어머니 또한 참으로 대단하다.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책의 묘사로 보아, 귀하게 자라 시집가서는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어본 사람이 바로 그들의 어머니인 모양이다. 그녀는 뚜렷한 커리어가 없어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큰맘 먹고 시작한 한복 장사도 손재주 부족으로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손세탁 장사를 했지만, 근처에 대형 기계 세탁소가 들어서면서 결국 그것마저 무너졌다. 가진 돈을 모아 장사를 벌였다가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했다가 무너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 쫓기듯 남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며 두 아들을 키웠다.
계속된 실패 속에서 그녀의 인생은 얼마나 한탄스러웠을까. 술과 도박에 빠졌지만 그래도 기댈 수 있던 남편마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어린 두 아들과 자신의 몸뚱이만 덩그러니 남았을 때, 그 외로움과 두려움은 얼마나 컸을까.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묘사를 읽다 보니, 문득 내 어머니가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자 말대로 어머니의 계속된 실패는 준비 없이 무작정 시작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을 훌륭히 키워냈으니, 자식 농사만큼은 분명 성공한 셈이다. 어찌 보면 그 수많은 실패의 노력이 오히려 두 아들의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는 데 밑거름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막바지에서 저자의 공부방법에 대한 내용은 수능 시험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비법이 담겨 있어서 생략하겠다. 내용이 좋지 않다는 건 아니다. 여기서도 몇개는 건진게 있지만 대다수는 수능시험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 생략하려는 거다. 건졌던 것을 몇개 짤막히 풀어보자면 책을 읽으며 어려운 문장이어서, 또는 집중이 안되어서 문장이 잘 안 읽히면 저자는 문장을 치환하는 게임을 해보라고 한다. 이게 뭐냐면 "홍길동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그는 사생아였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이 있다면 "홍길동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홍길동은 사생아였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대명사가 소거된 것을 대명사를 다시 덧붙이는 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러면 집중이 다시 되면서 학습의 진도가 다시 탄력붙는다고. 직접 해보니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느껴진다.
남모를 고통과 인내, 그리고 곁에서 힘이 되어준 주변인들, 마지막으로 이를 가능케 한 입시제도의 변화라는 운이 맞물려 탄생한 서울대 수석 장승수의 이야기. 한 편의 드라마 같지만, 모두 실화다. 실화이기에 더 큰 울림을 준다. 그의 발자취는 우리에게도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네준다. 즐거운 독서였다.
끝.

여담이지만 표지의 서울대 수석 미남도, 탈모를 피할 수는 없었나 보다. 역시 남자는 머리빨.
사람들은 내가 아직 젊은 나이에 열 손가락이 꽉 차는 다양한 직
업을 전전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지만, 어머니에 비하면 새발의 피
다. 또한 어머니는 그 하나하나를 말 그대로 몸이 부서지도록 있는
힘을 다해 일했다.
그렇게 일한 대가로 어머니는 과연 얼마나 잘 살았는가? 수석 합
격 이후 각지에서 답지한 성금과 장학금을 모두 합치면 대략 2천만
원 정도가 된다. 이것은 우리 집 전 재산의 두 배에 가까운 액수다.
말하자면 나는 시험 한 번 잘 친 대가로 우리 가족한테는 실로 천문
학적인 액수의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p109
흔히들 성적이란 것이 공부하는 양이 증가할수록 우상향하는 직선 또는 곡선의 형태로 끊임없이 상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 계속해서 쌓여 가는 공부량이 어떤 수위에 이르는 순간, 그 동안 축적되어 온 것들이 일시에 터져 나와 확연이 눈에 띄는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p174
수험생의 생활 도처에 깔려 있는 이러한 위기적 요소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성의 법칙'을 활용하는 것이다. (...) 우리의 습관에도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가령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열심히 하는 그 습관에 관성이 붙어 있어서 계속 그 힘에 몸을 싣기 때문에 더 더욱 열심히 하게 되고, 한 번 하기 싫다는 생각에 이끌려 책상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계속 그 관성에 이끌려 더 더욱 쉽사리 거기에 이끌리게 되는 것이다.
-p175
'경제학개론' 첫 강의시간이 생각난다. 한 학기 동안의 강의 계획서라는 것을 나누어 주었는데 이것이 또한 나를 놀라게 했다.
'모든 수강자들은 조순,정운찬 공저 경젷가원론을 완전히 숙지.. (...) 경제학개론 .. 경제학산책 .. 경제학입문 등은 유용한 참고서다.. (...)
(...)
강의 계획서의 대부분은 이처럼 학생들이 읽어야할 책을 소개하는데 쓰이고 있었다. 이 엄청난 책들을 대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거 대학에 들어올 실력도 안 되는데 뭐가 잘못되어서 들어오게 된 거 아이가.'
(...)
장래에 내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은 산더미 같고 내가 넘어야 할 한계도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한계들을 뛰어넘기 위해 나는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하리라.
이제 나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p244
'Topic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리모트 (사무실 따위는 필요없어) (0) | 2025.09.14 |
|---|---|
| 죽을 때 까지 코딩하며 사는 법 (0) | 2025.09.14 |
| 듀얼브레인, 이선 몰릭 (0) | 2025.06.16 |
| 우리 몸 연대기, 대니얼 리버먼 (9) | 2025.06.12 |
| 그리스인 조르바, 문학과 지성사 (1) | 2025.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