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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1
레마르크는 나치스를 피해 파리에 숨어 사는 라비크와 아름다운 여배우 조앙 마두의 사랑을 중심으로, 하루하루 희망 없이, 하지만 의연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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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일 : 2023-11
10월 중순 부터 시작해서 11월2일 쯔음에 다 읽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집 수집욕 때문에 구입을 계획했던 책이지만, 어떤 리뷰를 보고는 냅다 구매해버렸다. 이 책이 인생책이라는 식의 찬사가 많길래 혹해서 샀다. 뻔하디 뻔한 마케팅 상술일 수도 있음에도 그놈의 인생책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맴돌더라.
개선문은 1권,2권으로 분권 되어있는데, 목차로 보아서는 본래 나누어져있던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민음사 나으리들 이게 정녕 맞습니까?
첫번째 1권을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무렵엔, 책을 구매하게 했던 그 리뷰가 다시금 떠올랏다. 인생책이라는 찬사가 무엇인지는 조금은 알거 같았다. 마저 2권을 다 읽고 나서는 내 인생책 반열에 올릴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고전은 이 맛에 읽는다.
책의 줄거리는 독일에서 프랑스로 망명된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라비크이고, 주인공의 시점으로 프랑스에서 겪은 여러 작은 이야기들을 풀며 이어져 나가는 내용이다. 소설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다. 물론 나처럼 배경지식이 없어도 읽는 데 지장은 없다.
주인공 라비크는 독일에서 손 꼽히는 실력의 유명한 의사였다. 과거형인 까닭은 나치가 독일을 집권한 시점에 독일에서 추방되었기 때문인데, 나치의 반대 세력에 있던 유대인 친구 2명을 (간접적으로) 숨겨주었기 때문이다. 한명은 주인공이 참전한 전쟁에서 그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고, 다른 한명은 오랜시간 절친했던 실친이다. 숨겨주는 건 당연했으리라.
주인공의 추방 과정에서, 주인공은 심문관 '하케'를 만나게 된다. 이 하케란 인물은 주인공 라비크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주인공을 프랑스로 추방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의 애인을 고문시켜 죽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 직업도 재산도 애인도 모두 빼앗긴 주인공에게 있어 하케란 인물은 어떤 인물일까?
타국 프랑스로 추방당한 주인공은 먹고 살기 위해서 대리 수술 의사로 근근히 살아간다. 망명자임에도 그의 솜씨는 어디 안갔던 모양이다. 이렇게 프랑스에서의 삶이 익숙해질 쯤에, 우연하게도 '조앙' 이라는 여자의 자살 소동에 휘말리면서 조앙과 인연을 맺게 된다. 조앙과의 사랑이야기와 하케에 대한 복수극이 책의 큰 줄거리이다.
책의 막바지에는 프랑스가 독일의 침공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난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추방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꽤나 울림을 주는 엔딩이었다. 인생이란 게 흘러가는 데로 사는 게 인생이 아닐까.
가장 여운에 남는 장면은 라비크가 하케에 대한 복수를 이루는 과정이었는데, 주인공은 나치 정권에 의해 프랑스로 추방을 당했음에도, 나치에 대한 증오의 묘사는 없다. 단지 하케 개인에 대해서만 증오 한다. 라비크의 복수는 우연히 이루어지는데, 독일이 아닌 프랑스의 술집에서 하케를 만나 우연히 만나 복수가 이루어진다. 술집에서 만난 하케는 표독한 심문관이 아닌 배 나온 대머리의 중년 남성이었는데, 무고한 일반 시민으로 비친 하케의 모습에 라비크는 이 복수가 정당한지를 고민 한다. 하지만 하케의 눈에서 독일의 심문실에서 보았던 그 눈빛이 어디 안갔음을 알자 마자 바로 하케를 죽여버린다.
작중의 다른 장면에서도 비추어지지만 라비크는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사상이나 정치,국가 보다는 그 사람 본연의 됨됨이를 직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보아 그가 하케를 증오했던 것은, 나치도, 심문관도, 아닌 하케 개인을 증오했었음을 알 수 있다.
망명자의 삶에서도 여러가지가 느껴지는 바가 있다. 망명자는 언제나 도망 쳐야하기 때문에 무언가에 집착하지는 않는다는 대목은 큰 울림을 준다. 주인공이 머무는 호텔 객실에는 달랑 책 1권과 수면을 위한 침구류 가 모든 짐이다. 언제 어느 때나 쉽게 도망칠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짐이 간소하다.
재밌는 점은 언제 어디서나 작별을 고해야하는 그의 처지와 달리 자신이 만난 인연에 대해서는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종의 사건으로 주인공이 프랑스에서 잠시 추방되는 사건이 생긴적이 있는데, 추방 되어 갈 곳 없던 주인공에게 거처를 마련해주엇던 행인에게, 프랑스에 돌아오자 감사의 편지를 보내는 모습이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그의 다른 인연인 프랑스의 또다른 망명자들 나이트클럽 문지기 '모로소프', 마담 '롤랑드' 와 주인공의 우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어떠한 곳에 속하지 않는 망명자들이, 언젠가는 헤어질 날이 올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고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을 매사 진정성 있게 느끼는 모습에선 많은 것을 느꼈다. 망명자들의 주머니는 가벼울지 언정, 마음 속 한켠은 풍족하다는 메세지를 작가가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라비크와 조앙 마두와의 사랑에서도, 그에게 있어 조앙 마두의 죽음이란 이별은 크나큰 고통이고 슬픔이었겠지만, 이를 덤덤히 받아들이고 그녀를 떠나보낸다. 그녀가 죽었음에도 라비크는 페인이 되거나 하지 않았고, 슬픔은 슬픔 그 자체로 느끼되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그의 건조한 모습은 그의 의사라는 직업에서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수술대에서 어떤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어떤 생명의 죽음을 수도없이 보아온 그에게 있어서 만남과 헤어짐은 자연스러웠을지도.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는 뭐 그런 철학적인 문장처럼 말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즐거운 독서를 했던 것 같다. 레마르크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계획이다. 아마 같은 민음사 세계문집에 있는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읽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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