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독서

우리 몸 연대기, 대니얼 리버먼

glqdlt 2025. 6. 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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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연대기 : 알라딘

진화의 정점에 이른 현대인이 왜 각종 만성질환과 기능장애에 시달리는지, 인간의 몸과 문명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아 왔는지를 진화적 관점에서 폭넓게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인 대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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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일 2025-05-21

이 책은 진화론에 흥미를 끌게한 책이다. 알라딘 서점에서 시간 때우다가, '건강한 두 발 동물은 어쩌다 병든 문명인이 되었나' 광고 에 혹해서 구매했다. 광고 말마따나 건강에 관한 내용을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진화론을 공부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현대인의 신체가 원시인과 거의 다를 바 없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진화론 이란 게 이렇게 흥미로울줄이야. 아, 사 놓고 구석에 박아둔 종의기원하고 이기적 유전자도 완독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최근 다른 진화론 책도 냈다던데 그 책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현대인이 원시인과 다르게 비만이나 다양한 질병을 겪는 이유를 진화론 관점에서 설명한다.놀랍게도 우리 현대인의 신체는 원시인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원시인의 원시적인 삶과 현대인의 현대적인 삶을 비교해보면 왜 현대인이 병에 걸리는가를 알아볼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인간의 신체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균형을 이룬것처럼 되어다고 한다. 노화 등의 이유로 이 균형이 깨지면 질병에 걸린다. 현대인의 삶은 이 균형을 깨기에 매우 효과적이고, 그래서 우리는 고통을 달고 살고 있다. 이런 관점을 연구하는 '다윈 의학' 이라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실제로 파트가 나뉜 건 아니다. 첫째는 원시인과 현대인의 신체적 차이를 다루고, 둘째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등 인간 사회 발전 측면에서 질병에 왜 걸리게 되었는 지를 설명한다. 마지막에서는 나의 관심사였던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 부분은 다소 지루하다. 주로 원시인의 신체 구조를 설명하기 때문인데, 내가 왜 원시인을 알아야 하나 싶은, 공감대 부족으로 지루함을 참기 힘들었다. 그런데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할 수 있냐'는 내용이 나오기 시작하니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진화론에 따르면 원숭이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사람과 원숭이는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서로 다른 진화 경로를 걸어 왔기 때문이다.

진화라는 것은 종이 환경에 맞추어 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진화를 전자로 떠올리곤 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기린이 나무 열매를 따먹기 위해 스스로 목을 늘렸다는 예시가 있는데, 사실은 목이 긴 일부 기린들이 열매를 더 많이 먹고 살아남았을 뿐이다. 전자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의 예시이고, 후자는 다윈의 '자연선택'이다. 오늘날에는 전자는 사짜로, 후자는 과학적 정설로 통용 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원시인과 현대인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원시인에서 생긴 돌연변이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아 오늘날의 현대인이 된 것이다. 따로 알아본 내용이지만 돌연변이는 DNA 가 복제하는 과정에서 부분 복제 실패가 발생하면서 돌연변이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100% 복제 되는게 아니라 97% 복제가 되고 95%가 되고.. 이런식으로 미묘하게 틀어지면서 돌여변이가 생겨나는 것인 셈이다.

원시인과 현대인은 신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둘은 뇌 크기나 체격에서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 저자는 원시인과 현대인을 비교할 게 아니라, 원숭이와 원시인을 비교해야 한다 말한다. 원숭이와 원시인이 공통의 조상을 가졌기 때문에, 인간에 비해 가지지 못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비교해보면, 우리 인간의 몸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다는 식이다.

원숭이와 인간의 차이를 살펴보자. 큰 특징은 원숭이는 4족 보행을 하지만, 인간은 2족 보행을 한다. 이유는 골반의 위치와 형태, 발가락 근육의 발달 차이 때문이다. 원숭이의 골반은 통기타처럼 길쭉해서, 2족 보행을 하기엔 불편하다. 그리고 인간은 발가락 근육이 발달해서 2족 보행 시에 이점이 있지만, 원숭이는 그렇지 않아 2족 보행을 오래할 수 없다. 손가락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있다. 인간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지만, 원숭이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적이다. 인간은 가위,바위,보를 다 구사할수있는 손가락 근육을 가졌지만, 원숭이는 바위 만 낼수 있는 근육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을 놓고 가위 바위 보를 시켜보면 아주 가관일것이다.

이렇다고 해서 원숭이가 불쌍한 존재는 아니다. 원시인은 2족 보행을 할수 있지만, 원숭이처럼 나무 타기를 잘 할 수 있는 신체 구조가 아니었다. 원숭이는 나무 위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지만, 원시인들은 그러할 수 없었다. 원시인은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먹다가, 너무 배가 고플 때엔 땅을 파서 감자,고구마와 같은 작물들을 찾아내어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감자와 고구마에서도 인간의 진화의 비밀이 있다. 당시 원시인이 먹던 감자와 고구마는 엄청나게 질기고 억셌다고 한다. 다행히 원시인은 이런 질긴 작물들을 먹을 수 있는 치아와 치아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넓적하고 큰 어금니 같은 것들 말이다. 재밌는 점은 이 억센 작물들은 당분도 적어서 맛도 없었다. 그 덕에 이런 억센 원시작물들을 먹었던 원시인은 충치에 걸리지 않았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사각턱과 사랑니도 여기에 연관이 있다.

종합하면 원시인과 원숭이가 구별이 안 되던 공통 조상들 중에서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타는 개체가 있었기도 하고, 원시인처럼 2족보행을 할 수 있는 신체 구조와 인간과 같은 치아 구조를 가진 개체가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의 신체적 차이 만큼 두 개체 간의 거리가 벌어지면서 종이 갈리게 되었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짝짓기하고, 원시인은 나무 밑에서 짝짓기 했으려나 하는 상상도 해 볼수 있다.

원숭이와 원시인의 공통 조상 내에서 개체가 나뉘었듯이, 원시인 내에서도 세부 개체들도 환경에 따라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외딴 섬에 고립된 원시인은 작은 체구로 진화했는데, 섬의 한정된 자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만 먹어도 되는 작은 체구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또한, 더운 지역에서 살았던 원시인은 큰 키를 가진 특징이 있었는데, 큰 키는 더운 날씨에서 더 나은 쿨링 효과를 제공해 생존에 유리했다. 반면, 추운 지역에 살던 원시인은 얼어붙을 체구가 적은 작은 체구가 유리했다. 이는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결과이다. 그래서인지 남미와 같은 무더운 지역의 서양인이 큰 키를 가지고 있고, 겨울이라는 날씨가 있는 아시아인의 키가 대체적으로 작은 특징도 이와 연관이 있는 모양이다. 국내 뉴스에서도 이를 다룬 적이 있는데, 아이와 성인으로 비교를 했었다.

이제 책은 두번째 얘기로 넘어간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과 같은 사회적 변화가 우리 신체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 오늘날의 진화학자들은 원시인을 만날수가 없다. 대신 아마존 밀림의 원시부족들을 원시인의 대체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서 현대인이 왜 질병에 더 잘걸리는 지를 알 수가 있다. 이 책에서는 아마존 밀림의 원시부족들을 수렵채집인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니 주의. (사실 이 책에서 원시인도 수렵채집인이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나는 굳이 구분하기 위해서 원시인과 수렵채집인을 나누어 표기했다) 


원시 시대의 수렵채집인도 오늘날의 수렵채집인들 모두 식량을 얻기 위해 먼 거리를 걸어다녀야 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얻은 식량은 칼로리도 적은데다 맛은 없는데 질기고 포만감만 높아 당췌 살이 찌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도 이건 운이 좋은 것이다. 고생을 해서 먼 거리를 돌아다녔는데도 식량을 찾질 못하면 그대로 굶어죽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특징을 가진 개체가 많이 살아남아 자연선택 받았는데 우리 현대인이 비만에 걸리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이 점이 원시인과 현대인의 신체구조가 같음에도 현대인이 비만에 걸리는 이유이다. 활동량과 먹는 식량의 차이점이라는 다른 점 떄문에 현대인들은 비만이라는 질병을 얻었다. 더불어서 오늘날의 작물은 모두 개량이 되어 당질이 높아 맛있고 억센 부분이 많이 없어졌다. 이렇게 변한 까닭에 우리는 단시간에 많이 먹을수있게 되었고, 잉여에너지가 생겨나기 딱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 그래서 현대 수렵채집인에게 현대인이 먹는 음식을 공급해줬더니, 바로 성인병과 비만에 걸렸다는 연구 결과는 그리 놀랍지도 않다.

책의 종장에서는 이를 자세히 다루는 데, 인간의 신체 구조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고 우선순위로 생존해야하는 기관이 '뇌' 이고, 뱃살은 모두 이 뇌가 가동을 멈추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비상비축분이라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지방이 더 많은 신체를 가진 것도 진화의 영향 때문인데, 여성은 임신을 하기 때문에 뇌에 공급할 에너지가 부족해지니 더 많은 지방을 쌓을 수 있는 개체로 진화 했다.

원시인과 현대인의 신체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두 번째 주제인 사회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자. 책은 이제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원시인들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한다. 원시인들은 특정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며 생활했기 때문에 전염병이나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고 한다. 전염병은 병을 옮길 대상이 고정되어 있고, 밀집된 지역에서 전염병은 극대화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떠올리면 이를 이해할수있을거다.

원시인이 어떻게 촌락을 이루고 정착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정 시점부터 그들은 정착을 시작했고, 농업을 도입하면서 농업혁명이 일어나게 되었다. 농업혁명은 사람들이 마을에 정착하게 하였고, 그 결과 전염병과 질병이 퍼지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게 된 덕에 인구가 급증했고, 이는 또다시 전염병을 옮길 매개체가 늘어나면서 환상의 콜라보로 질병을 창궐하게 했다.

농업혁명의 끝에는 잉여 생산물을 착취하려는 지주 시스템이 등장했다. 농지의 주인에게 식량을 바쳐야 했기에 많은 사람들은 가난에 시달리며, 굶주림에 빠지기도 했다. 놀라운 점은, 당시에는 머릿수가 곧 노동력이었기 때문에 굶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은 자녀를 낳았고, 이로 인해 번식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하지만 흉작이 들거나 식량이 부족해지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인구가 밀집한 마을에서 위생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질병이나 바이러스에게는 천국과 다를 바 없었는데, 인간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고, 결국 인류를 병들게 했다. 농업혁명에 이어 산업혁명도 이와 맥락이 같다. 더욱 밀집되고 사무직이란 직종까지 생겨나면서 인간은 덜 움직이고 병 들기 쉬운 장소에 머물게 되었다. 그것이 우리 현대인이다.

이제 책의 마지막 부분, 현대인의 고질병에 대해 이야기다. 이제까지의 얘기는 모두 결국 현대인의 고질병을 설명하기 위한 빌드업이다. 저자는 현대인의 고질병을 '역진화' 라는 표현을 썻다. 진화의 반댓말이면 퇴화라 했을 텐데, 역진화라 한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퇴화는 사용하지 않는 기능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역진화는 생존하기에 더 불리해진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즉 더 살기 어렵게 되었다라는 개념.

대표적인 역진화 사례로는 골다골증과 사랑니가 있다. 골다골증은 뼈에 구멍이 나면서 이윽고 골절이 되는 질환이다. 주로 노년 여성이 많이 겪는다. 사랑니는 현대인에게 있어 애물 단지와 같은 신체인데, 특히 매복 사랑니는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어 골칫덩이다.  이것들은 현대인과 신체적으로 동일한 원시인들은 모두 걸리지 않았던 역진화 사례다. 

골다골증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몸의 뼈가 어떻게 만들어지 부터 알아야 한다. 뼈는 두 가지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뼈의 생성을 담당하는 '조골세포'와 뼈를 삭제하는 '파골세포'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들에 대한 설명은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높은 층고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기존 건물을 허물고 개조하는 것처럼, '파골세포'가 일부 뼈를 녹여 칼슘으로 전환한 후, 그 칼슘과 우리가 음식으로 흡수한 칼슘을 바탕으로 '조골세포'가 새로운 뼈를 만들어낸다.

파골세포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에스트로겐이 파골세포의 활동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폐경기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크게 감소하면서 파골세포의 활동이 억제되지 않아 골다골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이 뼈에 작용하면서 에스트로겐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골다골증은 주로 여성이 많이 걸린다. 결론적으로 골다골증은 조골세포와 파골세포 의 비율이 깨지면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조골세포'의 비율을 높이면 골다골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골세포는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바로 운동과 관련이 있다. 조골세포는 뼈에 자극이 가해지면 활발하게 활성화된다고 한다. 특히 신체가 어릴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어린 시절에 조골세포에 자극을 주어 더 크고 튼튼한 뼈를 많이 만들어 두면, 나이가 들어 파골세포가 뼈를 녹여도 버텨낼 수 있다.

채집과 수렵을 하던 원시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을 많이 했지만, 오늘날의 현대인은 대부분 책상에 앉아 공부하거나 일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을 할 시간이 부족하고, 그 결과로 골다골증이 더욱 심각해진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너무나 슬프게 느껴지지만, 어린 시절의 기회를 놓쳤더라도, 나이가 들어서라도 운동을 하면 조골세포를 조금이라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골다골증은 현대인의 운동 부족이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랑니 역시 골다골증 처럼 운동 부족으로 발생한다. 여기서 운동이란 턱의 운동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질기고 억센 음식을 씹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빨은 씹는 행위에 의해 자리를 잡아가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찰흙 덩어리에 가지런하지 않은 이빨을 놓고, 음식을 씹듯이 찰흙의 위 아래에 압력을 가하면 이빨이 가지런히 정렬되는 장면을 상상해볼 수 있다. 

어린 시절엔 "오징어를 많이 먹으면 사각턱이 된다"는 말을 간혹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는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오늘날 현대인은 원시인이나 현대 수렵채집인이 먹는 음식과 비교해 거의 물처럼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고 있다. 그 결과, 사랑니는  자리 잡을 충분한 압력을 받지 못하고, 턱 근육이 미숙해져 결국 사랑니는 골칫덩어리가 된 것이다. 저자는 음식을 바꿀 수 없다면 무설탕 껌을 씹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현대인이 겪는 역진화적 질병들(당뇨병, 비만, 골다공증, 사랑니 등)의 근본 원인은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신체는 마치 온수와 냉수가 적절히 섞인 미지근한 정수처럼 섬세한 균형 위에 유지된다. 이 균형은 나이가 들어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흔들리기도 하지만, 사회와 기술의 발전 또한 이 균형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온수가 과하거나 냉수가 과하면 물이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가워지는 것처럼, 신체 역시 밸런스가 깨지면 결국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현대 문명과 동떨어져 살던 일부 수렵채집인들에게 현대의 가공식품과 생활 방식을 접하게 하자, 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성인병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비단 원시인 역시 현대로 시간여행을 하게된다면 바로 성인병에 걸릴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들은 자본주의 시스템과 사회 문명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소모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식품 산업계에 대한 여러 책들을 읽어보면, 소화가 잘 되는 가공식품이란 더 많은 음식을 단기간에 섭취시키게 하여, 더 오랫동안 노동하게 만들기 위해 개발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먹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어 다시 이 산업에 받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렇다고 이를 거부하고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시골에 내려가 살아라고 한다면 나는 못하지 싶다. 이런 모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결국 스스로의 꾸준한 독서와 공부를 통해 판단하고 조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수렵채집인의 원시적인 삶을 어느정도 따라해보면서 신체 벨런스를 되찾아야겠다. 끝.